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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존중·포용’ 외친 월드컵, 뒤에서는 혹사·인권 침해 논란

개막식의 메시지는 허상에 불과했을까. 한국시간으로 20일 밤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의 개막식이 열렸다. 이날 공연의 주제는 '인류·존중·포용'이었다. 배우 모건 프리먼의 내레이션으로 개막식이 시작됐다. 먼저 카타르 문화를 상징하는 낙타와 중동풍 의상을 입은 댄서들이 등장해 걸프 지역에 살았던 아르다 민족의 민속 무용을 펼쳤다. 이후 월드컵 마스코트 '라이브'가 경기장 상공에서 날아오듯 등장해 대회 공식 주제가와 함께 관중에게 인사했다. '대한민국' 구호를 포함해 월드컵 본선에 오른 32개국의 모국어로 된 응원 구호와 각 나라의 유니폼을 상징하는 인형들이 등장해 어우러져 춤을 췄다. 메인 무대는 아시아 최고 아티스트로 자리 잡은 BTS 멤버인 정국의 공연이었다. 정국은 월드컵 공식 사운드트랙 ‘드리머스’를 불러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영어 가사에 댄서들과 함께 춤을 추며 분위기를 끌어올리자 카타르 가수 파하드 알 쿠바아시가 무대로 나와 정국과 함께 하모니를 이뤘다. 인류와 포용을 외쳤지만, 이번 대회는 시작하기 전부터 인권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21일 “주최 측은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에서 노점을 운영하기 위해 200명 이상의 이주 노동자들을 고용했다. 이들은 업무를 배정받기 위해 대기하는 7시간 동안 음식, 물, 화장실 없이 방치됐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대부분 인도 출신의 남성들인 이들은 55일 동안 하루에 한 끼 식사와 총 1000달러(135만원) 미만의 수당을 제안받고 계약했다. 이들은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는 동안 고용된 저임금 노동자의 일부에 불과하다. 뉴욕타임스는 "카타르와 걸프만의 다른 지역에서 온 저임금 노동자들이 대회 준비를 도맡아왔다"며 "인권 단체들은 '2000억 달러를 들여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기간 수천 명의 이주 노동자가 부상과 더위 등 건강상의 문제로 사망했다'고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도 "카타르가 10년 전 월드컵 유치권을 획득한 이후 인도,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에서 온 6500명 이상의 이주 노동자들이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 문제 외에도 이번 월드컵에는 정치·사회적 문제가 복잡하게 엮여 있다. 21일 열린 잉글랜드와 이란의 경기에서는 양 팀 모두 정치적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해리 케인(잉글랜드) 등 일부 유럽 팀의 주장들은 성소수자 차별을 반대하는 ‘원 러브’ 완장을 차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정치적 메시지를 제한하는 FIFA와 갈등을 빚었지만, 케인 등은 "벌금을 내더라도 차겠다"며 강경하게 나서고 있다. 이란의 메시지는 더 강하다. 주장 에란 하지사피는 기자회견에서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란은 지난 9월 중순부터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20대 여성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한 게 시발점이었다. 해당 여성이 심한 구타를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으나 당국은 부인했다. 이후 시위가 번졌고, 진압 과정에서 사망자도 속출했다. 영국 로이터 통신 등은 시위 사망자가 460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체포된 인원만 1만 6000여 명에 이른다. 하지사피는 2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조국의 상황을, 그리고 우리 국민은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무엇보다 이란의 (희생자)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표팀 선수들도 희생된 이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며 “우리가 그들과 함께한다는 것, 지지한다는 것, 그리고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2.11.21 15:32
연예

[Hello, 헬스] 파브리병 환자들의 현실 "'의사요한'보다 더 드라마틱"… 홍그루 교수

"치료를 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아이 엄마, 누나처럼 병명도 모르고 죽을까 그럽니다. 도대체 어떤 병이 이리도 가혹하단 말입니까?"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메디컬 드라마 '의사요한'의 한 장면이다.극 중 교도소 재소자는 손과 발이 타는 듯한 통증을 느끼는 혈관각화종을 비롯해 각막혼탁·무한증·일과성 허혈 발작·설사와 구토를 동반한 복통 등 다양한 증상으로 고통을 호소한다.교도소에서 X레이와 혈액 검사를 진행했지만 정확한 병명이 발견되지 않았다. 아들이 고통 속에 죽어가자 보다못한 아버지가 애끓는 부심으로 '무슨 병인지라도 알려달라'고 호소한다.극 중에서는 의사 차요한(지성 분)이 환자의 증상을 0.00001%의 확률로 발병하는 '파브리병'으로 진단해 환자가 치료를 받게 된다.파브리병이 드라마 덕분에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오르며 대중적인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유병률이 11만7000명당 한 명 꼴로, 국내에는 150명 정도의 환자가 있는 희귀병이다. 국내 인구를 고려하면 아직 300~400명 가량의 환자가 진단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드라마처럼 병명도 모른 채 평생 통증의 고통 속에 살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그래서 신촌세브란스병원의 비후성 심근병증 및 파브리병 클리닉 센터장인 홍그루 심장내과 교수는 "실제 병원에서 만나는 파브리병 환자들의 얘기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고 말했다. 국내 심장내과 최초로 파브리병 환자를 발견하고 지난 7년 간 30명의 환자를 추가로 진단한 홍 교수에게서 파브리병과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신 통증에 진단도 어려워…가족력 파악이 중요 파브리병은 리소좀 축적질환(LSD)의 일환으로 '알파-갈락토시다아제 A' 효소의 결핍으로 세포 내 당지질(GB-3)이 축적돼 신체 조직과 장기에 진행성 손상을 일으키는 유전질환이다.증상은 전신에 걸쳐 비특이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손발의 통증과 타는 듯한 느낌, 혈관각화종, 위경련, 설사, 복부 팽만감, 땀이 적거나 없는 증상, 각막혼탁 등이다.증상이 악화되면 심장 및 신장 기능 저하, 심장 비대, 부정맥 등이 발생할 수 있고, 호흡곤란도 겪게 되며, 뇌졸중 위험도 증가한다. 이런 증상들이 합병증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파브리병이 고약한 것은 증상도 증상이지만 진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홍 교수를 찾은 한 환자는 한참 늦은 진단으로 운동 선수의 꿈을 접어야 했다.홍 교수는 "환자는 어려서부터 뛰어난 재능으로 촉망받던 유망주였다. 어느 날 다리에 심한 통증이 발생하고 훈련 중 간헐적으로 실신했다"며 "처음에는 스트레스 등의 문제로 생각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이 계속되고 혼절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결국 운동 선수의 꿈을 포기했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환자는 운동 포기 후에도 통증이 계속됐고, 그렇게 15년이 지나서 부정맥으로 내원했을 때 파브리병 진단을 받았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선수 시절에 메디컬 테스트 중 심장이 두꺼워지는 비후성 심근병증 의심 소견이 있었지만, 직업 운동 선수의 경우 종종 있는 일이라서 정밀 검사를 받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고 안타까워 했다.파브리병의 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질환에 의한 증상이 눈·심장·신장·피부·신경계 등 전신에 걸쳐 다양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뇌졸중이나 심근비대 등의 증상은 파브리병만의 원인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앞서 운동 선수 환자처럼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다.문제는 파브리병은 진행성 질환으로 점진적으로 증상이 악화돼 나이가 들수록 증상이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파브리병 환자의 평균 진단에는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파브리병 진단에 있어 가족력이 중요하다.파브리병은 주로 남성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여성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아버지가 파브리병 환자일 경우 딸에게 100% 확률로 유전되며, 어머니가 파브리병 환자일 경우 아들과 딸 모두에게 50% 확률로 유전될 수 있다.다만 대부분의 증상을 심하게 느끼는 전형적 파브리병은 남성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반면, 주로 여성들은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중년 이후에 심장이나 콩팥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다.홍 교수는 "호흡곤란, 실신 증상으로 내원한 43세 남성 환자는 아주 어릴 때부터 원인 모를 통증이나 두통에 시달리고, 땀이 전혀 나지 않아서 여름에 극도의 고통을 느꼈다고 한다"며 "환자는 20대에 신부전이 발생해 혈액 투석을 받다 결국 신장 이식까지 받았는데 이식 후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해 검사를 해보니 파브리병이었다"고 말했다.홍 교수는 그러면서 "환자에게 가족들도 함께 검사를 해보자고 권했는데, 어머니와 이모 등 모계 친족이 모두 유사한 증상으로 단명했다고 한다. 만약 신장 등 주요 장기의 기능이 망가지기 전에 진단을 받았다면 환자의 삶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며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희귀병이지 불치병 아냐…충분히 관리 가능" 파브리병은 유전질환이기 때문에 완치가 아니라 관리의 개념으로 치료해야 한다.홍 교수는 "희귀질환인 파브리병은 불치병이란 인식이 만연하지만 결핍된 효소를 보충하는 효소대체요법(ERT) 등으로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홍 교수는 실제로 앞서 운동 선수 환자의 파브리병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그는 "환자는 파브리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였고, 심근비대로 심장 기능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통증에 대한 부분도 함께 관리가 필요했다"며 "ERT 치료를 진행하면서 급성 심장사 예방을 위해 제세동기를 삽입하고, 신경과에서 통증 관련 증상을 모니터링하는 등 환자의 종합적 증상을 함께 관리했다"고 말했다.홍 교수는 ERT 치료의 경우 효과 뿐만 아니라 및 안전성, 주입 시간 등을 다각도로 고려한다.그는 "환자가 2주에 한 번씩 휴가를 내고 치료를 받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국내 도입된 아갈시다제 알파는 1회 투여 시간이 40분 가량으로 비교적 짧아 직장인이 한 시간만 조퇴를 하고 병원에 오거나 점심시간에 잠깐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갈시다제 알파는 인간세포주를 사용해 면역원성 및 투여로 인한 주입 관련 특이 반응이 상대적으로 낮아 안전하게 투여가 가능하다. 홍 교수는 파브리병 정복을 위해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했다.그는 "아직 국내에는 파브리병을 진단받지 못한 환자들이 많다. 이들이 드라마를 보고 본인 증상을 의심해 검사를 받으러 온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또 "파브리병은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고, 국내 효과가 우수한 치료제들이 도입돼 있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권오용 기자 kwon.ohyong@joongang.co.kr 2019.08.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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